경제

정책이 바닥을 만든다

맼으로 2025. 4. 21. 16:35

 

"정책이 시장을 구한다는 것을 아는 투자자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2025년 4월 현재,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개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의 시각은 확연히 다르다. 개인들은 최근의 주가 조정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여전히 조심스러우며 미국자산에서 이탈해 미국의 대안자산을 찾고 있다. 이러한 시각 차이는 단지 투자 성향이나 정보 접근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다. 과거의 '시장 경험'이 이들의 판단을 가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5년 사이 세 차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그리고 2022년 연준의 긴축 충격)의 대규모 주가 급락이 있었다. 이 시기는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주가 급락 이후, 정부의 전방위적인 재정확대와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강력하게 시행 됐었고, 그 결과 주가는 다시 빠르게 반등했다는 점이다. 이 경험은 특히 개인투자자에게 강하게 각인되었다. 이때부터 개인들은 “주가는 떨어지면 오른다. 정부가 결국 살린다.”는 확신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현재에도 정부와 중앙은행에 대한 믿음은 개인들의 투자 판단에 중요한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들의 저점 매수전략이 이번 국면에도 유효하려면, 과거 주가급락기와 똑같은 전제가 다시 성립해야 한다. 즉, 주가가 급락했을 때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며 유동성을 공급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과거처럼 자산 가격은 탄력적인 반등이 가능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인들과 달리 기관투자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지금의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아 연준(Fed)은 금리 인하에 신중하며, 정부는 부채 부담으로 인해 과거처럼 대규모 부양에 나서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다. 즉, 시장 하락을 막아줄 '정책 그물망'이 과거보다 약화된 상태인 것이다. 그래서 기관은 저가매수보다 현금 비중을 늘리거나 경기방어적 자산으로의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 

주식시장 반등의 조건은 단순히 가격이 많이 빠졌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책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와 의지가 동반되어야만 '저가매수 전략'이 성과로 이어진다. 과거 15년을 돌아보면, 이러한 정책 개입의 시점이 주가의 저점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2025년에도 과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다. 미국은 금리 인하를 망설이고 있으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 정부는 재정확장에 소극적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정책 대응은 결국 자산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빠르게 개입하는 시장은 바닥이 빨리 형성될 수 있고, 조정 이후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반대로 정책 대응이 느리거나 소극적인 국가는 바닥을 확인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의 투자전략은 단순히 밸류에이션이나 수급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의지와 여력까지 고려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은 단기 뉴스가 아니라, 시장의 구조를 움직이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정책이 시장을 구한다는 것을 아는 투자자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