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수년래 최저치까지 하락했다. 관세라는 무역 장벽에 맞서 중국이 꺼내든 대응 수단 중 하나가 바로 환율, 즉 위안화 약세 유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략의 기본 논리는 단순하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위안화가 달러 대비 10% 절하되면 미국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 변화는 거의 없다. 오히려 위안화가 더 떨어지면 중국산 제품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관세 효과를 상쇄시키고, 중국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을유지시켜 주는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게 되면 미국의 수출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게 되어, 미국 내부에서 무역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환율은 단순한 경제 변수 이상의 정치적 무기로도 기능할 수 있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가 중국에게 마냥 유리한 전략은 아니다. 가장 큰 부담은 자본유출이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이탈해 외화 자산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려 한다. 이는 2015~16년 차이나 쇼크 당시 실제로 발생했던 일이기도 하다. 당시 중국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대거 소진하며 시장에 개입했고, 강력한 자본통제까지 실시해야 했다. 당시의 교훈은 아직도 유효하다.
또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 수입물가를 비롯한 물가 전반이 상승해 내수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소비심리가 취약한 시기에는 위안화 약세가 경기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중국이 명백히 환율을 조작하거나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인상을 줄 경우, ‘환율조작국’이라는 국제적 낙인을 받을 위험도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보면,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공격적이고 인위적인 방식으로 유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시장 흐름을 일정 범위 내에서 용인하면서 점진적인 약세를 허용하는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보인다. 최근 환율 움직임 역시 이러한 기조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더 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일정 수준에서만 조정한다고 해도, 그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중국은 아시아 최대 무역국이자 생산기지로, 위안화 절하는 한국 원화는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등의 통화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처럼 중국과의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위안화 약세로 원화도 약세 압력을 받을 공산이 높다. 한국과 중국은 구조적인 연동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이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매도해 미국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중국은 8천억~9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시장에 대규모로 매도한다면 미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미국 자산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실행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팔게 되면 국채 가격이 하락하고, 그에 따라 금리가 올라가면서 미국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 자신도 손실을 입는다. 게다가 국채 매도는 달러 약세를 유발하고, 이는 위안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앞서 말한 위안화 약세 전략과도 상충된다. 결국 위안화 약세와 미국 국채 매도는 동시에 사용하기 어려운 카드인 셈이다.
결국 중국은 환율이라는 무기를 손에 쥐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사용할지는 매우 신중한 셈법이 필요한 문제다. 위안화 약세는 미국의 압박에 맞서는 전술적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 내부의 불안정성과 국제적 신뢰를 훼손하는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국면에서는 노골적인 개입보다는 심리적 마지노선 안에서의 ‘유도된 약세’, 그리고 시장 흐름에 편승하는 유연한 관리 전략이 주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국제금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난 반세기동안 가장 빛난 자산: 금의 비밀 (3) | 2025.05.01 |
---|---|
주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할인율 (1) | 2025.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