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할인율
주식을 살 때 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이 주식, 싸냐 비싸냐?”
이 질문에 답하려면 주가의 현재 수준만 볼 게 아니라, 미래 이익이 현재 얼마의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개념이 바로 할인율(discount rate)이다.
할인율은 주식 평가의 핵심 변수다.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그 이익을 어느 정도 깎아서 보는지를 결정하는 비율이기 때문이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는 작아지고, 주가도 낮게 평가된다. 반대로 할인율이 낮아지면 미래 수익이 높게 환산되어 주가가 오를 여지가 커진다.
할인율을 어떻게 계산할까?
할인율을 계산할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은 자본자산가격모형, 즉 CAPM(Capital Asset Pricing Model)이다. 수식은 다음과 같다.
**Re = Rf + β × (Rm – Rf)**
여기서
- Re는 할인율
- Rf는 무위험이자율 (보통 10년물 국채금리)
- β는 해당 자산이 시장 수익률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나타내는 계수
- Rm은 시장의 기대수익률이다.
주가지수 전체에 할인율을 적용할 땐, β는 1로 본다. 결국 이 공식은 단순화된다.
Re = Rf + ERP
여기서 ERP(Equity Risk Premium)는 투자자들이 무위험 자산 대비 주식에서 추가로 요구하는 수익률이다. 무위험이자율과 ERP만 알면 시장 전체의 할인율을 계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S&P500의 할인율은 얼마나 될까? (2025년 기준)
미국의 무위험이자율은 최근 기준으로 약 4.65% 수준이다. 이는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한다.
ERP는 뉴욕대의 아스와스 다모다란(Aswath Damodaran) 교수가 추정한 데이터를 참고할 수 있다. 2025년 4월 기준, 미국 주식의 ERP는 5.08%로 나타났다.
따라서 S&P500 지수에 적용되는 할인율은 다음과 같다.
미국 할인율 = 4.29% + 5.08% = 9.37%
이 수치는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대해 연평균 9.73%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KOSPI에 적용되는 할인율은?
한국의 할인율은 미국의 경우보다 한 단계 더 계산이 필요하다. 한국은 신흥국 시장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미국의 ERP에 추가로 국가위험프리미엄(CRP, Country Risk Premium)을 더해줘야 한다.
한국의 무위험이자율은 약 2.67% (2025년 기준 10년 만기 국고채 기준), 미국 ERP는 동일하게 5.08%, 그리고 한국의 CRP는 약 0.80% 수준이다. 이 역시 다모다란 교수가 추정한 수치다.
따라서 KOSPI에 대한 할인율은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한국 할인율 = 2.73% + 5.08% + 0.80% = 8.61%
한국 시장의 할인율은 미국보다 조금 더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취임 이후 할인율은?
할인율은 단순한 수학적 계산을 넘어, 투자자 심리와 정책 기대까지 반영된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는 적극적인 재정 확대, 복지 확대, 인프라 투자에 기반한 완화적 정책을 펼쳤다. 이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불확실성을 낮추기 때문에 할인율에 하방 압력을 준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지출보다는 감세, 관세 강화, 그리고 불확실한 통상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는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ERP)을 높이고, 할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권 변화는 금리나 세금처럼 숫자로 바로 드러나지 않지만, 시장이 “앞으로 얼마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결국 이는 할인율을 통해 주가에 반영된다.
주식에서 할인율이 중요한 이유
PER이 낮다고 무조건 ‘싼 주식’은 아니다.
만약 할인율이 오르고 있다면, 현재 이익이 그대로여도 주가는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최근처럼 금리는 여전히 높고, ERP도 오름세이며,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까지 시장에 드리워져 있다면, 주가가 낮게 평가되는 건 단순한 공포 때문만은 아니다.
즉, 현재의 할인율 수준과 그 방향성은 시장 전체의 평가 기준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다.
할인율을 숫자로 보는 시각
최근 10년간 미국과 한국의 할인율은 대체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아래는 이를 시각화한 그래프다.
정리하면
할인율은 ‘지금 주식이 싼가?’를 판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준이다.
시장은 단순히 이익을 보지 않는다.
그 이익을 **얼마나 깎아서 현재로 가져올 것이냐**에 따라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온다.
그 숫자를 바꾸는 요인, 바로 할인율이다.
앞으로 금리 뉴스, ERP 변화, 정책 발표를 볼 때, “이건 할인율 신호인가?”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보면
투자의 눈이 한층 깊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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